'먹튀'는 옛말…자산 2조원 금융사 된 상조업체

입력 2022-06-17 17:35   수정 2022-06-18 00:35

국내 상조업은 1980년대 초반 일본의 영향을 받아 부산에서 시작됐다. 이후 울산 대구 등 영남지역에서 성행하다 전국으로 퍼졌다. 이렇다 할 규제가 없어 2000년대 초반 업체 수가 300여 개에 달했다. 대부분 영세 업체여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랐다. 선수금으로 낸 돈을 환급 요청해도 돌려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그러다 상조업체 설립 자본금 요건이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라가고 선수금의 50%를 은행 등 지급보증 기관에 맡기도록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합종연횡이 시작된 상조업에서 기회를 포착했다. 2016년 중견 상조업체 좋은라이프를 인수한 뒤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등을 추가로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2020년에는 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고 지난해 초 좋은라이프와 합병시켰다.
1조6000억원 운용하는 금융회사

국내 1위 상조업체 프리드라이프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동종업체 추가 인수(볼트온) 전략을 통해 회사를 자산 1조8800억원짜리 중견 금융회사로 성장시킨 VIG파트너스가 투자 회수에 나선 것. 최근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 금액으로는 최대 2조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연결기준 1116억원의 매출에 1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적고 손실을 내는 회사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다르다. 상조업체의 매출은 선수금을 내는 고객들에게 향후 상조 서비스를 제공해야 발생한다. 선수금은 가입자가 장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업체에 미리 지급하는 돈이다. 가입자는 가입 시 장례비용을 미리 확정하고 10여 년에 걸쳐 분할 납부한다. 선수금 액수가 회사의 영업력과 현금창출능력을 뜻하는 셈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프리드라이프의 연결기준 선수금은 1조5496억원으로 업계 1위다. 규제상 선수금의 50%는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맡기고 나머지는 부동산 및 금융 상품에 투자한다. 고객 보험료를 운용하는 보험사와 비슷하다. 프리드라이프는 자산 운용을 통해 지난해 448억원의 영업외이익을 기록했다. 상조업체들의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을 정도다.
시장은 성장하고 업체는 줄어들고
자금 운용이 투명해지고 서비스의 전문성도 강화되면서 국내 상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하반기 기준 상조 서비스의 전체 가입자 수는 723만 명, 선수금은 7조1229억원이다. 작년 상반기 684만 명, 6조6649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데 업체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한때 300여 개에 육박했던 업체 수가 올해 1분기 73개까지 줄었다. 활발한 합종연횡으로 선수금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공룡 업체도 등장했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안 되는 영세 업체는 자연스럽게 퇴출됐다. 프리드라이프와 함께 양대 상조업체로 뽑히는 보람상조그룹은 지난해 보람상조개발을 앞세워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했다. 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보람상조그룹의 선수금 규모는 올해 1분기 1조3629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대명소노마그룹이 운영하는 대명스테이션(선수금 8842억원), 교원그룹의 교원라이프(7167억원), 교직원공제회의 더케이예다함상조(5521억원) 등이 주요 업체다.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이 이뤄지면서 향후 업체 수가 50개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VIG가 매각에 성공하면 5년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VIG가 상조업체 인수에 투자한 돈은 4000억원 이하여서 최대 네 배 넘는 투자 차익이 예상된다.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경쟁업체들이나 국내외 PEF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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